오키나와의 숨은 보석, 토미야 런드리에서의 특별한 밤
여행 중에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때론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때론 씁쓸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날 저녁, 우리는 근처 시장에서 스시를 주문하려다 뜻밖의 일을 겪었다. 종업원의 태도가 너무 강경해서 당황스러웠고, 심지어 메뉴판을 뺏어가는 바람에 화가 잔뜩 난 채로 가게를 나와야 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다행히도 지도에 저장해 두었던 토미야 런드리(トミヤランドリー) 바가 떠올랐다. 이곳이라면 기분을 풀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아늑한 분위기와 정감 넘치는 웃음소리가 맞아주었다. 무엇보다 이곳을 이끌어가는 두 명의 사장님 덕분에 우리의 저녁은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한 분은 바텐더로, 한 분은 셰프로 역할을 나누어 가게를 운영하는데, 두 분 다 능숙한 솜씨를 자랑하신다. 게다가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우리를 배려해 주시며, 재치 있는 입담과 몸짓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다. 덕분에 말이 다 통하지 않아도 서로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참고로 여기는 의자가 없는 스탠딩 바이다. 가게도 세로로 긴 형태.
음료를 담당하시는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시콰사(シークワーサー) 술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술이었다. 오키나와 특산물인 시콰사는 상큼한 향과 강한 산미가 특징인데, 이를 활용한 술은 청량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기분 좋은 산미가 입안을 감싸며, 피로까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마시면서 “비타민이 많아서 그런지 술이 깨는 것 같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연거푸 잔을 비웠다. 결국 어느새 몇 잔째인지 세는 것도 포기하고 계속 주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리를 담당하시는 사장님의 음식 실력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알고 보니 그는 도쿄에서 요리를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와 이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음식을 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리를 할 때의 집중력과 섬세한 손길은 그야말로 반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건 진짜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며 폭풍 주문을 했고, 사장님은 웃으시며 완벽한 요리를 내어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리를 담당하시는 사장님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서울에서 닭한마리와 막걸리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닭한마리를 먹으며 “이게 이렇게 맛있는 요리였냐”며 감탄했고, 막걸리의 부드러움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한국인인 우리를 배려해주는 사장님 덕분에 우리와의 대화는 더욱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이어졌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아, 근데 사장님 잘생기셨어요.”
그러자 갑자기 바에서 터지는 폭소. 특히 음료를 담당하시는 사장님이 너무 웃겨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폭소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진중하고 무게감있지만 위트있게 요리를 만드시는 사장님과 장난 꾸러기 같은 매력의 음료 담당 사장님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감동스러울 정도 ㅋㅋㅋ 개그콤비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날의 계획을 세웠다.
“저녁은 당연히 토미야 런드리에서 끝내야지.”
그렇게 이틀이었나, 삼일이었나. 여행하는 동안 우리의 저녁은 늘 이곳에서 마무리되었다. 맛있는 술과 음식,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유쾌한 사장님들 덕분에 이곳이 오키나와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장님들이 일본어를 너무 자연스럽고 멋지게 구사해서, 다음에 다시 갔을 때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다시 가고 싶다고 느낀 곳이 있었나 싶다. 토미야 런드리에서 보낸 그 밤들은, 내 여행에서 가장 좋은 추억이었다.

공지나 위치, 휴무는 인스타 스토리에서 확인하고 방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