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건대 영화관에서 레이디 가가 팬인 언니를 따라갔다가 별 기대 없이 봤던 영화.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 레이디가가인줄도 몰랐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올 땐 눈물범벅이 돼 있었다. 그 후로도 시간이 지나면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이번엔 퇴근길 버스에서 무심코 틀었다가 또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다시 한번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한 남자의 끝과 한 여자의 시작
영화는 알코올 중독과 청력 문제로 무너져 가는 뮤지션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과 무명가수였던 앨리(레이디 가가)가 서로에게서 빛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잭슨은 술에 취해 우연히 들른 드래그 바에서 앨리의 노래를 듣고 단번에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다.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의 인생이 교차한다.
앨리는 잭슨 덕분에 스타로 성장하고, 잭슨은 앨리가 성공할수록 더욱 깊이 어둠에 빠져든다. 영화는 결국 한 사람이 스러질 때 또 다른 한 사람이 태어난다는 이야기다. 잭슨이 앨리의 재능을 세상에 드러나게 했듯이, 앨리는 잭슨이 떠난 후 그의 흔적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음악과 감정이 하나가 되는 순간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순간은 단연 ‘Shallow’ 무대 장면이다. 잭슨이 앨리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던 앨리가 점점 자신감을 찾으며 곡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그 순간. 앨리가 고음 부분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영화 내내 음악은 감정을 말보다 더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Always Remember Us This Way’, ‘I’ll Never Love Again’ 같은 곡들은 단순한 OST가 아니라,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스토리라인처럼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에 앨리가 부르는 ‘I’ll Never Love Again’은 잭슨이 남긴 노래이자 그의 유언 같은 곡. 이 장면에서 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진짜 이야기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배우들의 몰입도가 모든 걸 좌우하는 작품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거칠고 무너져 가는 뮤지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기타 연습을 하며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다.
레이디 가가는 가수로서 이미 정점을 찍은 사람이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앨리 그 자체였다. 그녀가 연기하는 앨리는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실제로도 영화 속 모든 라이브 공연을 현장에서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스타 이즈 본’은 단순히 스타가 탄생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 있는 무너짐, 상실,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을 보여준다. 잭슨이 없었다면 앨리는 빛을 보지 못했겠지만, 앨리가 성장할수록 잭슨은 점점 더 자기 자신을 잃어갔다. 이 영화가 유독 가슴 아픈 이유는, 결국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또 다른 누군가가 빛을 볼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 때문이다.
개봉 당시에도 크게 감동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영화다. 특히 인생의 변곡점을 겪고 있을 때,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점점 멀어지는 감정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퇴근길 버스에서는 절대 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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