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이야기

“서브스턴스” 리뷰 | 젊음과 노화, 그리고 불편한 공포

민포테이토 2025. 3. 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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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굳이 줄거리를 적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설명이 안된다. 그냥 보고 오는게 좋다.....  되도록 팝콘은 사지말고 각오는 하도록

 

 

서브스턴스: 신체와 정체성의 경계를 허무는 충격적인 탐구

지인의 추천으로 예매권을 받고 아무 정보도 없이 버터오징어를 들고 자리에 착석했다. 이상하게도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가득 차지 않은 영화관을 보고 ‘아, 내가 또 실험적이고 지루한 예술 영화를 보러 왔나 보군’ 하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산이었다. 나는 중간중간 경미한 공황이 올라오고 속이 매스꺼워서 영화를 보고 나서 일부러 30분 거리를 걸어서 귀가했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촬영 방식에서 감독의 올곧은 작품에 대한 끈기가 느껴져서 한편으로는 너무 어이가 없고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한 바디 호러가 아니다. 여성의 신체, 노화, 그리고 사회가 강요하는 미의 기준에 대한 거침없는 해부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아름다움'의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그녀의 연출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불편함과 몰입을 동시에 유도하며, 관객들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영화에 없는 진짜 이야기들

파르자 감독이 '서브스턴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한 창작의 욕구가 아니었다. 그녀는 40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강요되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잣대에 맞닥뜨렸다. 감독 본인 역시 산업 내에서 여성 창작자가 나이가 들수록 더 적은 기회를 얻는 현실을 체감하며, 이를 영화적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영화 속 젊어지는 한 여성과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한 여성을 볼 때마다, 딸의 입장으로서 엄마와 나를 보는 것 같은 이상한 슬픔과 괴로움도 느껴졌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비는 단순한 신체적 변화만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가 변해가는 모습까지 담아내는 듯했다. 이러한 감정은 영화가 단순히 공포와 충격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 개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든다.

여성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만한 공포감이 영화 곳곳에 스며 있다. 특히, 데미 무어가 연기한 나이 든 여성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젊은 여성을 본능적으로 적으로 느끼게 되는 이상한 심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강하게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연민이 가고, 결국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이야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신체 변형 장면들이 대부분 CG가 아니라 실제 특수 분장과 실물 모형을 활용해 촬영되었다는 것이다. 파르자 감독은 관객들이 피부의 질감, 근육의 변화 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수 분장팀과 수개월간 실험을 거듭했다. 특히, 주인공 엘리자베스(데미 무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실리콘 더미는 배우 본인의 신체를 본떠 세밀하게 제작되었으며, 몇몇 장면에서는 배우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여담이지만, 원래도 아름다운 마가렛 퀄리를 CG로 더욱 한 점의 기준에도 어긋나지 않게 완벽하게 편집해놓은 모습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감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얼마나 강렬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정말 아름다운 엉덩이다...

 

 

데미 무어, 그리고 그녀의 몰입

데미 무어의 캐스팅은 '서브스턴스'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다. 무어는 이 역할을 위해 실제로 체중을 감량하고, 심리적으로도 극한의 상태를 경험하며 연기에 몰입했다. 촬영 중에는 감독과 함께 장면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감정선을 조율했고, 일부 장면에서는 즉흥 연기를 추가하며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그녀가 촬영 후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을 반영한다.

충격적인 연출의 이유

코랄리 파르자의 연출 스타일은 한마디로 '체험적'이다. 그녀는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의 감각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다. '서브스턴스'에서 신체 변형 장면이 특히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피부가 변질되는 소리를 실제로 살을 찢거나 문지르는 소리를 활용해 디자인했고, 시각적으로도 특정 색감과 조명을 이용해 관객이 감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클로즈업 씬이 주는 효과

파르자 감독은 '서브스턴스'에서 클로즈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적 선택이 아니라,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인물의 얼굴, 피부, 근육의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하는 클로즈업은 관객이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신체 변형 과정에서의 클로즈업은 변화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며,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서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을 직접 체감하게 만든다.

속편은 없다, 단 하나의 이야기로 남을 작품

'서브스턴스'는 속편이나 프리퀄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감독 본인도 "이 작품은 오직 하나의 이야기로 남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장르적 접근을 시도했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파르자 감독은 앞으로도 여성의 주체성과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을 탐구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브스턴스'는 그 출발점이자, 현재까지 그녀가 선보인 가장 강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서브스턴스'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압력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체험하도록 만든다. 파르자 감독의 철저한 연출과 배우들의 몰입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호러 이상의 충격과 질문을 남길 것이다.

 

 

그리고 서브스턴스가 뭔지 이제서야 찾아보는 나, 찾으면 그때의 고통스러움이 다시 밀려올 것 같아서 대략만 알고있었다.......

 

"서브스턴스 (Substance)"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다. 이 영화에서의 의미를 고려했을 때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 물질, 본질
    가장 일반적인 의미로, 어떤 것이 구성된 실체적인 것을 뜻한다.
    영화 속에서 신체 변형과 관련된 요소들을 생각하면, ‘물질’로서의 몸을 의미할 수도 있다.
  • 핵심, 실체
    어떤 것의 본질적인 의미를 나타낼 때도 사용된다.
    영화의 주제가 여성의 신체와 존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다루는 만큼, 진정한 나의 실체는 무엇인가?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
  • 약물, 화학적 물질
    ‘Substance’는 종종 약물이나 화학 물질을 가리킬 때 쓰이기도 한다.
    영화에서 특정한 약물이 등장하고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제목이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제목은 단순히 신체 변형을 뜻하는 물질적 의미뿐만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 사회가 규정하는 가치를 탐구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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