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턱관절, 불안… 힘 빼고 잠들 수 있을까?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서 쉬고 싶어....

 

어김없이 오늘도 밤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눕고, 평온한 밤을 준비하지만, 내게 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요한 어둠 속에서 찾아오는 끈적한 불안과 턱관절의 불편함이 내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19년 처음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 작은 변화가 내 삶을 이렇게까지 흔들어 놓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사실이 있으면 보험가입이 어렵다는 사실 또한 나중에 알았다.) 아무래도 나는 비교적 경미한 공황장애단계에 속한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정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지만, 자려고만 누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불이 꺼진 방 안, 고요 속에서 잊고 있던 불안이 다시 기어 나온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쉴 생각이 없다. 내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은 의식을 가득 채우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이유 없는 공포가 밀려온다. 처음 진료받을때 의사선생님에게 '머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왔어요.' 라고 이야기 할 정도니까...

 

거기에 요근래 턱관절 문제까지 더해졌다. 한동안 이를 꽉 물고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턱이 뻐근하고 뜨겁거나 단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가 시렸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며 턱보톡스와 마사지등을 권했다.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불안해서 이를 악무는 것도, 새벽에 심장이 뛰는 것도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알고있다. 그렇지만 의사 선생님의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말만큼 허망한 조언도 드물다.

 

잠을 자려고 노력할수록 신경이 곤두선다. '턱에 힘을 주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턱은 단단히 굳어 있다. 불편함이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이 심장을 뛰게 하고, 다시 불편함이 커지는 악순환이다. 시계를 보면 새벽 2시, 3시… 그렇게 뒤척이다 잠드는 게 일상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군가와 몸 싸움을 한 것처럼 어깨가 뻐근하다.

 

최근에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비스듬하게 엎드려서 턱을 바닥에 닿게 하면 긴장이 조금 풀린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 전 고민거리들을 최대한 해결하고, 운동 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턱의 긴장을 풀어보려 한다. 나름 불안을 조절하려 애쓰고 있다. 적어도 밤이 예전만큼 껄끄러운 존재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요즘은 불안을 다룬 책들을 읽으며 내 상태를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다. 불안을 극복하는 데 있어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직접 깨닫고 있다.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라는 책은 이렇게 제안하고 있다. 불안은 자기 의심에서 온다.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

최근 들어 나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 이라는 또 다른 불안을 마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미술 입시가 끝난 20대부터 의례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의 성취를 인정하지 못하고, 주변에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현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내가 가진 능력은 운이 좋아 얻은 것뿐이라는 느낌이 계속해서 따라붙는다.

 

나는 매일 노력하고 배우며 성장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 정도로 괜찮을까?', '언젠가 들통 나서 무너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주변에서 칭찬을 받을 때조차도 그것이 진심인지 의심하게 되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비교하며 끝없는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과 자격지심은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고, 창작과 도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깨닫고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불안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을.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내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감정입자도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며 감정을 남들보다 예민하고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감정 입자도란, 개인이 경험하는 감정의 밀도와 복잡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감정을 세밀하게 인식하고 깊게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내면의 혼란을 더 많이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감정적으로 강한 반응을 보이지만, 동시에 높은 공감 능력과 창의성을 지닌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감정의 영향을 받으면 자아의 불안이 심화될 수 있어, 자신만의 감정을 조절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는 그 방법이다.

곤경 탈출 5단계 3W2O 법칙

곤경 탈출 5단계 3W2O 법칙은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도록 돕는 실용적인 사고법이다. 이를 활용하면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곤경에 처했을 때, 이 법칙을 적용하면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W’와 ‘2O’는 각각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질문과 행동 지침을 나타낸다.

1. 3W(What, Why, Who) – 문제를 분석하는 단계

What (무엇이 문제인가?)

•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정의한다.
•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Why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

•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여 불필요한 걱정을 줄인다.

Who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은 누구인가?)

•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 친구, 가족, 전문가(심리 상담사, 의사 등)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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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O (Options, Outcome) –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단계

Options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 가능한 해결책들을 정리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평가한다.
•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으므로,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고려한다.

Outcome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 해결책을 실행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분석하고,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 단기적인 해결책과 장기적인 해결책을 구분하여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

실제 적용 예시

공황장애와 불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3W2O 법칙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What: 매일 불안과 턱관절의 불편함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Why: 불안정한 미래와 적은 수입 등으로 막연한 걱정거리만 머릿속에서 복기하고 있다.
• Who: 상담사, 가족, 친구, 전문서적, 그 외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Options: 명상, 심리 상담, 일기 쓰기, 운동, 감정 조절 훈련, 연봉협상, 이직, 부업 등 다양한 해결책이 있다.
• Outcome: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고, 건강한 수면 패턴을 되찾을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대응을 하고 적극적으로 나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핸드폰 사진첩에 저장해두고 문제를 이처럼 대응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을 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30대가 되면 인생이 조금은 정리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선택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슬슬 결혼식 청첩장을 보내고, 나는 나대로 직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야 하고, 연봉을 높이기 위해 이직도 생각해야 한다. 학자금도 갚고 경제적 자립도 해야 하며, 명절 때 부모님께 적은 금액이라도 돈봉투를 쥐어 드리고 싶다. 언젠가는 결혼이나 가정을 이룰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곳은 많지 않다. 모두가 당연히 바쁘고, 각자의 자리에서 터프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번엔 유리 멘탈을 다스리는 생생한 자기 육아 일지를 이곳에 적어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힘을 내고 햇빛을 받을 수 있기를!